을지로에는 소규모의 금속가공공장들이 많다. 지금은 한물 간 풍경으로 취급되지만 을지로라는 특수한 산업지형이 만들어지고 성장하던 시기에는 가장 최첨단의 기술풍경 이었을 것이다. 금속가공기술은 인간의 손이 가지는 한계를 넘어서는 현대적 기술이며, 동시에 최첨단 전자기술의 물리적 바탕을 만드는 기술이기도 하다. 로우테크놀로지와 하이테크놀로지의 사이에 있으면서, 그 양극단을 중계하고, 또 가능하게 만드는 것으로서 미디엄 테크놀로지인 것이다. 나에게는 산림동 금속가공공장들의 낡고, 오래되고, 복잡하고, 어지러운 풍경이 더없이 중요하고, 근본적인 풍경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 풍경을 가장 정교하고, 사실적이고, 명료한 이미지로의 포착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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