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이름을 반복해 써서 깜지를 만든다.
이름은 우리 자신과 전혀 관계없는 글자다.자의적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문자의 조합에 불과한 것이 이름이다. 이름은 절대로 온전한 우리를 보여주지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를 부를 수 있는 것, 존재를 입에 담고 사유할 수 있게 하는 것,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오직 이름뿐이다.
이름이 담고 있는 것은 문자를 넘어서는 실재로서의 자기 존재인 것이다. 결국 작업 속 인물들은 자기 자신을 반복해 부르고, 반복해 확인하게 된다. 이름을 쓰면서 이름을 읽게 되고, 이어서 그 이름이 향하는 곳을 그리게 된다. 명명할 수 없는 것은 오로지 명명 속에서만 명명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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