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융건릉을 잘 모른다. 나에게 융건릉은 만질 수 없는 이야기 같은 것이다. 융건릉은 내가 화성에 살며 매우 자주 접하는 이름이면서, 화성시를 동서로 횡단할 때 거의 항상 지나게 되는 곳, 사도세자와 정조의 비극적이고 애달픈 사연이 서려있는 곳, 유네스코 세계유산, 산책하기 좋은 곳, 근처에 맛집과 카페와 공장이 많은 곳, 그런데 묘하게 정체되어 있는 느낌이 드는 곳, 어쨌든 가볼 만한 곳. 그런데 정작 가까이 살면서도 자주 가지는 않는 곳이다. 막상 무어라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려운 장소인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융건릉을 잘 모른다.
그래서 이것저것을 찍어 보았다. 융건릉과 그 주변의 어딘가를 방황하듯 돌아다니며  그때그때 눈에 들어오는 것들을 찍었다. 풍경도 있고, 사물도 있고, 사람도 있다. 굳이 따지면 융건릉과 별 관계없어 보이는 사진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미 말했듯이 단지 왕의 봉분을 찍은 사진 한 장으로 융건릉을 온전히 담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건 절대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적어도 나에게는 이 사진들, 달리 말해 융건릉의 주변을 배회하는 이 행위가 곧 융건릉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다.
이 주변부의 것들이, 이 파편들이 모여서 융건릉이 된다. 그렇게 무언가 커다란 이미지를 만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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